Pietro Ruffo

Anthropocene 
2022. 12. 09 - 2023. 02. 18


Installation View

Press Release


양피지의 천문도와 세계 지도의 바탕 위에 울창한 초목과 섬세한 드로잉을 결합한 작품으로 인류의 역사와 환경과의 관계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이탈리아 작가 피에트로 루포(Pietro Ruffo)의 첫 개인전이 한국에서 열린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다울랭 갤러리는 ‘Anthropocene(인류세)’라는 전시 타이틀로 올 12월 9일부터 내년 2월 4일까지 총 16점의 그의 대표 시리즈인 입체 일러스트레이션 신작으로 구성된 국내 첫 전시를 진행한다.


1978년생인 피에트로 루포는 로마 태생으로 이탈리아와 국제 무대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민자 문제, 아랍의 봄, 유럽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중동 종교 및 정치 분쟁 등과 같이 현 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시급한 사회문제를 조명해왔다. 이러한 문제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계몽사상의 시선을 통해 무한한 유토피아적 가능성을 모색하고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는 방법으로서 작품에 반영된다. 이는 그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잠자리가 자유를 상징한다.


강렬한 시각적인 감성에 기반한 그의 작업은 수채화에서 디지털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특히 드로잉과 컷아웃을 비롯하여 19세기 천체지도와 같은 배경의 인쇄물의 레이어를 사용하여 오늘날의 정치 및 사회 참여적 수단으로서 예술의 소통 가능성과 미, 형상, 패턴, 대칭, 기하학, 고전 데생 영원한 활력 등에 대한 굳은 믿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그의 정치적 철학적 주제를 뒷받침하는 글과 어우러지며 ‘The Political Gymnasium’이라는 독특한 그만의 대표적인 화풍으로 불린다.


그의 작품은 21SS 디올 오뜨 꾸뛰르 컬렉션, 2017-2019 디올 프로젝트 등으로 작품이 가진 뛰어난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인정을 받았으며, 뿐만 아니라 바티칸 교황청 도서관, 미국 워싱턴 DC 힐리어 아트센터, 이탈리아 국립 현대미술관 등 그의 작품성을 높게 평가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에게 전시기회가 주어지는 유수의 미술기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 선보였다. 


다울랭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인류와 자연계의 관계 그리고 인간의 산업 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유해한 영향을 집중 조명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 Anthropocene>은 인류세(人類世),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빚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인간이 초래한 환경변화가 지구에 돌이킬 수 없는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는 특성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인류세의 의의와 더 나아가 인류세가 전제로 하는 바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 준다. 지구를 ‘우리’의 행성으로 규정하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과 어리석음에 대한 시사는 인류세라는 개념이 지구상에서 인류의 짧은 시간이 실제 지질학적 시대를 구성할 수 있는 것처럼 마치 인간이 이 땅에서 활동한 시간이 지질학적인 광대한 시간에 필적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판한다.


작가는 “우리의 이기심은 자연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인류세라는 용어는 지질학 시대에 바라보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인류의 종말을 야기하지만 결단코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작가에게 있어서 인간 중심주의는 자만심과 오만함의 표현으로 그의 신작에서 나타나는 해골의 형상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해골은 미술사적으로 바니타스(인생무상과 허무주의)의 상징물로, 지질학적 시간성과 기후위기에 대한 작가의 관념적인 문맥에서 추가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즉 작품 속 해골은 죽음을 상기시키는 상징이자 인류의 최종적인 멸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작업은 직사각의 캔버스 위 놓여진 종이에 복합적인 이미지가 빼곡히 들어선 인상을 전달한다. 얼핏 보면 추상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연의 굴곡진 역사가 눈에 들어온다. 이는 마치 자연 속에 내재한 인류를 표현하는 듯 조밀하게 들어선 자연의 이미지와 거대한 두개골의 기호가 한데 얽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낭만적인 산과 바다의 풍경, 넝쿨 줄기와 정교하게 표현된 동식물군, 이 모든 요소는 낡은 세계지도와 유럽의 건축 도면의 조각조각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전근대 거주 지역과 농경 사회의 역사를 보여주는 흔적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선사시대 이후 식량, 보금자리, 생존을 위한 인간의 투쟁과 기후와의 연관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반영된 부분이다. 작품 속의 빛 바랜 노랑 계열의 컬러와 서슬퍼런 푸른 빛깔의 컬러감은 화면 위에서 교차되며 인간의 개입으로 급변하는 자연계를 상징한다.


이처럼 화면 가득한 그의 작품은 구성적 통일을 보이며 이 모든 것들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작품 속 조각조각의 파편은 핀셋으로 세밀하게 고정되어 있는데 풀어지고 떨어지고 분리되는 것의 불안감을 떠올리게 하며 인간이 주도한 기후변화로 인해 해체되고 무너질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혼돈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의 작품은 지속적인 변화를 자연의 진정한 영구적 속성이자 또한 이를 길들이고자 하는 우리의 가상되고 헛된 노력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시 도록도 함께 출간되어 만나볼 수 있으며 전시는 2023년 2월 18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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